건물 다 짓고도 공사비 회수 못해
부채비율 증가로 재무건전성 ‘빨간불’
중견 건설사들의 자금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시장 호황기에 확장했던 사업장에서 공사비 갈등이 속출하며 미수금이나 미청구공사 등이 늘고 있다.
미수금은 건설사가 공사나 분양을 진행하고도 대금을 청구하지 못한 자금을 말한다. 통상 매출채권에 포함되는데, 자금 회수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매출채권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처럼 건설경기가 좋지 않고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면 회수가 지연되면서 ‘부실 위험’이 커진다.
◆ 신세계건설, 미수금 늘고 부채비율 3배↑
건설업계에서 한때 부도설이 돌았던 신세계 건설은 1년 새 미수금이 크게 늘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수금은 136억9486만원이다. 지난 2022년 미수금이 61억8356만원이었으니 1년 새 75억1130만원 증가했다. 비율로 따지면 121.4% 증가한 셈이다.
미수금은 아니지만 자금운용에 부담을 주는 미청구공사액도 같은 기간 256억6389만원에서 280억2963만원으로 23억6573만원 늘었다. 매출채권 전체로 봐도 3165억4866만원에서 4436억7769만원으로 1271억2903만원 증가했다.
대형사업장 중 미수금 현황을 살펴보면 본동3 주상복합, 삼덕동 주상복합 등 대구 소재 공사현장과 경기 구리갈매 지식산업센터 등에서 상당수 발생했다. 특히 지난 2022년 265%였던 부채비율이 작년 말 기준 976%까지 3배 이상 뛰면서 재무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함께 위기설이 돌았던 동부건설은 미청구공사액이 2370억2119만원에서 2126억7829만원으로, 한신공영은 1000억3373만원에서 815억7739만원로 다소 줄었다. 다만 부채비율의 경우, 동부건설은 150%에서 121%로 줄었지만 한신공영은 228%로 2년 연속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통상 부채비율이 200%를 넘으면 ‘위험 수준’으로 본다.
◆ 중흥토건, 공사·분양미수금 모두 증가
중흥토건은 공사미수금과 분양미수금 모두 증가했다. 중흥그룹은 중흥토건을 중심으로 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감사보고서를 보면 작년 연결기준 공사미수금은 4744억7202만원이다. 지난 2022년 공사미수금이 3158억7791만원이었으니, 1년 새 미수금이 1585억9411만원 늘었다. 비율로 따지면 50.2% 증가했다.
대형사업장 중 미수금 현황을 살펴보면 천호1재개발조합, 임동재개발조합에서 각각 792억6719만원, 200억5490만원의 미수금을 남겼다. 문제는 매출증가 과정에서 미수금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매출이 정체 상태에서 공사미수금 증가했다는 점이다. 중흥토건 지난해 매출은 1조3134억3441만원으로 2022년 1조3187억4927만원보다 53억1486만원 줄었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작년 말 기준 460억1606만원으로, 1년 전 680억7095만원보다 220억5488만원 줄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03%에서 120%로 높아졌다.
한양의 작년 말 공사미수금은 1371억745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662억2018만원) 대비 약 107% 급증한 수치다. 특히 건축, 토목, 플랜트를 제외한 주택부문 공사미수금은 779억5939만원으로 전체 공사미수금의 56.8%를 차지했다. 작년 말 기준 부채비율은 117%로 전년 부채비율(109%) 비해 상승했다.
대방건설 공사미수금도 같은 기간 2948억3468만원에서 3397억9730만원으로 449억6262만원 증가했다. 단 부채비율은 40%대로 업계 평균(111%대)에 비해 건전한 편이다.
◆신용평가업계도 미수금 주시... “7곳 중 1곳, 분양률 70% 밑돌아”
신용평가업계도 건설 업종의 운전자본 부담 증가를 주시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올해 건설사의 수익성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미분양을 꼽으면서, 건설사 사업장 약 700곳 중에서 100곳 이상은 분양률이 70%를 하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최근 공개한 ‘주요 건설업체 2023년 잠정실적 점검’ 보고서에서 작년 3분기 말 기준, 자사의 신용등급을 보유한 20개 건설사의 미수금은 약 31조4000억 원이다. 전년 말 대비 25.4% 증가한 셈이다.
한기평은 대부분이 작년 기성확대에 따른 자연 증가분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올해에는 미분양에 따른 사업위험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특히 “미분양에 따른 공사미수금과 관련해 대손반영이 본격화될 수 있으며 이는 즉각적인 자본 감소 및 재무 구조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분양 주택도 증가 추세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미분양 주택은 총 6만4874가구로, 전월(6만3755가구) 대비 1.8%(1119가구) 증가했다. 미분양 주택 수는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연속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악성 미분양’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1만1867가구)은 전월(1만1363가구) 대비 4.4%(504가구) 증가하는 등 지난해 8월부터 7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다.
중견 건설사 한 관계자는 “책준(책임준공)으로 건물은 다 지었는데 미분양으로 받지 못하는 공사비가 증가하고 있다”며 “최근 미국 금리 인하 불확실성까지 확대되면서 중견 건설사에겐 더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